입추(立秋) 의례와 풍습, 칠석과 백중
입추(立秋) 의례와 풍습, 칠석
1. 입추의 의미
입추(立秋)는 24절기 중 열세 번째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를 의미합니다. 한자로 "서다"를 뜻하는 '立'과 "가을"을 뜻하는 '秋'가 결합된 이름으로,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립니다. 양력으로는 8월 7일~8일 사이에 해당하며, 이때부터 낮이 짧아지고 기온도 서서히 내려갑니다. 하지만 입추가 되었다고 해서 즉시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늦더위가 있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2. 입추 의례 - 기청제(祈晴祭)
조선시대에 입추가 지나서 비가 5일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 마을에서는 기청제를 지냈습니다. 기청제는 비를 멎고 날이 맑기를 기도하는 제사입니다.
2. 입추 풍습
김장준비
이 시기에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을 준비합니다.
입추점
곡식이 여무는 중요한 시기인 입추에 날씨를 보고 점을 쳤습니다. 입추에 하늘이 청명하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며,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습니다.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나면 다음해 봄 소와 염수가 죽는다고 점쳤습니다.
올벼심리 (올개심리, 올게심니)
가을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세시풍속입니다. 올벼심리는 호남지방을 비록해 논농사가 많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세시풍속들과 달리 특정 명절에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각 가정에서 날을 정해 올벼심리를 합니다.
올벼심리는 벼가 여물기 전 여문 일부분을 훑어다가 솥에 찝니다. 찐 나락은 잘 말렸다 찧어서 밥을 짓고, 나물, 술, 조기, 햇무 등 햇곡식과 햇과일을 차려 집안 조상에게 먼저 대접합니다. 그 뒤, 온 집안 식구가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집안 사람들과 더불어, 가까이 거주하는 친척이나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입니다.
혹은 이렇게 베어온 벼, 옥수수, 수수 등 곡식 이삭을 안방의 윗목이나 마루기둥에 묶어두는 것 역시 올벼심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올벼심리한 곡식은 이듬해 씨앗으로 사용합니다. 이 풍습은 이듬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는 기원이 담겨있습니다.
3. 입추 구비전승 및 속담
“어정 7월 건들 8월”
이 무렵 김매기도 끝나가서 농촌이 한가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말은 5월이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발등에 오줌 싼다.”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이라고 합니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 시기에는 벼가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벼가 잘 자랄 때라는 의미를 지닌 속담입니다. 입추와 말복은 대개 비슷한 시기에 돌아오곤 합니다.
"입추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
벼가 한창 익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이 입춘에 비가 오면 타격이 컸음을 전하는 말입니다.
4. 전통명절 - '칠석'
칠석(七夕)은 음력 7월 7일에 해당하는 명절로,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대략 입추 전 후가 됩니다.
(1) 견우와 직녀 이야기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하늘나라 은하수 건너에 목동 견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견우가 착하고 부지런하여 손녀인 직녀와 결혼시켰는데, 견우와 직녀가 사이가 너무 좋아 견우는 일을 게을리하고, 손녀는 베짜는 일을 게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천계가 혼란에 빠져 사람들은 천재와 기근으로 고통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노한 옥황상제가 두 사람을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살게 했고, 견우와 직녀는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까마귀와 까치들이 해마다 칠석날 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주었고, 이를 오작교라고 했습니다.
칠석 다음날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를 보면 모두 벗겨져 있는데 이는 오작교를 놓기 위해 머리에 돌을 이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칠석날 하루 전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다음날 내리는 비는 헤어져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2) 칠석 풍속
별, 조상, 자연, 부처에 소원빌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칠석제, 용왕제 같은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모시기도 하고 절에 가기도 했습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기도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옛날 서당에서는 견우직녀로 시를 짓기도 하고, 옷과 책을 햇볕에 말리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장마철 습기가 찬 책장과 책, 옷장과 옷에 곰팡이 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교'라는 풍속이 있는데 아침에 오이, 참외 등 과일을 올려 절을 하며 직녀성에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비는 풍속입니다. 그리고 저녁 상 위에 거미줄이 쳐 있으면 직녀가 소원을 들어준 것이라고 여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