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 의례 '노인성제'와 풍습 / 추석
추분(秋分) 의례 '노인성제'와 풍습 / 추석
1. 추분의 의미
추분(秋分)은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가을의 중심을 의미하며, 양력으로는 9월 22일~23일에 해당합니다. 추분 이후에는 밤이 점점 길어지며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추분과 춘분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추분이 약 10도 정도 기온이 높습니다. 추분에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분에 벌레는 땅속으로 숨어들고 물이 마르기 시작하고, 태풍이 불기도 합니다. 추분 즈음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고추를 따서 말리고 목화를 땁니다.
2. 추분 의례 - 노인성제 (老人星祭)
고려시대때부터 시작된 국가적 행사로 추분에 인간의 장수를 담당한다고 하는 '노인성'에 지내는 제사입니다. 노인성은 '카노푸스(Canopus)를 가르키는 것으로 추분에 나타나 춘분에 사라집니다. 시리우스 별 다음으로 밝고, 남반구에서는 가장 밝은 별입니다. 남반구의 별자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보이지 않지만 남쪽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인성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평해지고 군왕이 장수하지만, 보이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나고 군주가 위험해진다고 여겼습니다. 노인성은 국가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장수를 가져다 준다는 신앙의 대상이었습니다. 발끝까지 도의를 입은 작고 이마가 튀어나오고 흰수염이 난 노인의 모습을 그린 '노인성도'는 세화의 한 종류였습니다.
*세화(歲畵): 고려 말 이후 조선시대에 신년을 송축하기 위해 선물하는 그림. 세화로는 신선도, 모란도, 십장생도 등 다양한 화제가 있습니다.
3. 추분 풍습
가을걷이
가을에 여문 곡식인 벼, 콩, 팥, 옥수수, 수수 등을 거두어들이는 일, 즉 '추수'입니다. 곡식을 거두기 위해 열매, 이삭을 따고 줄기를 베고, 타작(알곡을 떨어내는 일)을 하거나 말리는 일을 모두 포함합니다. 추분에 시작해서 추위가 닥치기 전에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에 보통 이웃과 품앗이로 했습니다.
추분 날씨점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다음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입니다. 추분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여겼습니다. 바람이 건방이나 손방에서 불면 다음해 큰 바람이 불 것이고, 감방에서 불면 겨울이 몹시 추울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비가 조금 오면 좋고, 날이 개면 흉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추분의 구비전승 및 속담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이 속담은 추분 이후로 천둥소리가 줄어들고, 벌레들이 겨울잠을 준비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
추분과 춘분은 더위와 추위가 바뀌는 시점이라는 뜻으로 절기의 일정한 순환에 따라 기온이 변한다는 뜻이 담긴 속담입니다.
5. 최대 명절 '추석'
우리나라에서 설과 더부어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보통 백로와 추분 즈음에 듭니다. 본격적으로 추수를 하기 전에 쇠며 풍년을 기원하며 자연신이나 조상신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올리는 날입니다. 형편이 되는 대로 갖가지 음식을 장만해 성묘를 하기도 합니다.
벼농사가 주인 지역(남한지역) 에서는 추석을 가장 크게 쇠고, 보리농사가 주인 지역(북한지역)에서는 단오를 크게 쇠었다고 합니다.
추석 대표음식은 송편으로 벼가 잘 익기를 소망하며 나락을 닮은 모양으로 고물을 꾹꾹 눌러 채워 빚습니다. 호남지역에서는 강강술래를 추었고, 달마중, 중로보기 같은 풍속이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