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다양한 풍습과 구비전승
1. 입동의 의미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입니다. 양력으로는 11월 7일~8일 무렵에 해당하며, 이때부터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입동은 서리가 내리는 상강과 첫눈이 내리는 소설 사이에 있으며, 농경 사회에서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2. 입동의 풍습
(1) 입동보기
입동보기는 입동을 맞이하면서 그해 겨울과 이듬해 농사 상태를 점치는 전통적인 민속 풍습입니다. 입동 날씨와 자연 현상을 관찰하며 그 해 겨울의 추위나 이듬해 농작물의 풍년 여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입동보기에 관련된 사례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충청도 지역에서는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갈래로 갈라지면 그해 보리 농사가 잘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 경남 밀양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나타나고 그 배가 흰색이면 목화 농사가 잘된다고 전해집니다.
- 제주도에서는 입동 날씨가 따뜻하면 그 해 겨울이 온화할 것이라고 믿고, 반대로 춥거나 바람이 불면 거센 겨울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 김장하기
입동 무렵은 본격적으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김장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김장은 저장성이 높은 김치를 대량으로 담가 겨울 동안 먹을 식량을 마련하는 중요한 풍습입니다. 김치는 겨울철 채소가 귀한 시기에 필수적인 저장식품으로, 김장을 통해 식량을 준비하는 것은 농경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김장하면 맛이 좋다고 합니다만 따뜻해지고 있는 요즘에는 김장철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3) 고사 지내기
음력 10월 무렵에,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외양간과 마당 등에서 고사를 올렸습니다. 이는 한 해 동안 풍성한 농작물을 거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겨울 동안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사 후에는 농사철 고생한 소에게 고사 음식을 주기도 하고, 이웃들과 함께 나눠먹기도 했습니다.
(4) 치계미 (雉鷄米)
입동과 동지, 제석 무렵에는 치계미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풍습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노인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 경로사상을 실천하는 행사였습니다.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위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쌀을 모아 노인들에게 나누어주거나, 형편에 따라 잔치를 열어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이를 대신했는데, 겨울잠을 위해 도랑에 숨은 살찐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했습니다.
또한,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10월부터 정월까지 내의원에서 임금에게 우유를 바치고,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겨울철 양로 풍속은 민간과 궁중에서 행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 내에서 상부상조의 정신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전통이었습니다.
3. 입동 구비전승 및 속담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
입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김장철이 시작된다는 속담으로, 겨울 채비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9월 입동 오나락이 좋고 10월 입동 늦나락이 좋다"
입동이 음력 9월에 든 해는 빨리 추워지고, 음력 10월에 든 해는 늦게 추워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 벼의 종을 골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
남부지방에서 보통 보리 파종을 10월 중순에 하지만, 늦어도 입동 전에는 끝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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